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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김성춘 위원 | 승인 2013.12.31 13:13

사람아. 아, 사람아.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요즘 같은 겨울산행을 할 때, 느닷없는 가랑잎 바스락하는 소리에 여러분은 무엇을 느낍니까? 돌 굴러가는 소리. 청설모의 움직임. 바람의 한기(寒氣) 등. 그러나 시인은 그리움을 느낍니다.「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아 오리라.」고 P·B· 셸리는 말했는데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에서 시인은 그리움이 깨어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움은 이 소리를 듣고 깨어나기 전엔 망각의 강물인「레테의 강물」을 마신 듯 죽은 듯이 있어야 했습니다. 모든 것에 때가 있듯이 그리움도 자기의 때를 압니다. 언덕에 폭풍우가 사납게 치는 날. 뒷산의 감나무가 앙상한 날. 강물에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그리고 오늘 같이 손이 시린 날에는 그리움은 강물 되어 범람합니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처럼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시인의 마음에는 그런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에는 오직 한 사람,「그리운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그 옛날 무산(巫山)의 신녀(神女)처럼 아침에는 구름 되어 머무르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내려 사람들의 눈물이 되고 한숨이 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누구에게나「어린 시절」은 그립습니다.「그리운 어린 시절」이란 말에 콧등이 시큰하지 않고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을 한국사람은 없을 겁니다. 시인의 그리움도 그 어린 시절에 있었습니다. 시인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곳 진부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줄곧 한 반의 여자친구가 시인을 응원하는 겁니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헤어져 근 35년 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냈지만 시인은 그 친구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어렸을 적이지만 시인에게 베풀어준 그 친구의 호의와 정성이 너무나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어느 사람은「큰 은정(恩情)이라 하더라도 쉬 잊어진다.」고 말하지만 아. 아. 시인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은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이었고. 어느 새「그리운 사람」으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 한 친구의 도움으로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게 되었고 드디어 충청남도 서산군 풍광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근흥리에서 만났습니다. 50세 가까이에. 아, 세월의 풍화작용이 남들처럼 우리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왁스의「화장을 고치며」의 가사처럼 세월을 탓하지 않았습니다.「만나서 반갑다. 그때에는 고마웠다. 내가 유명인사가 되어 찾아와야 하는데 미안하다. 내가 유명인사가 되어 〈TV에 사랑을 싣고〉에 나왔어도 나는 너를 제일 먼저 찾았을 것이다. 이처럼.」.「고마워.」. 그때에는「TV 에 사랑을 싣고」란 프로(?)가 한창 인기 있을 때였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시인은 오랫동안 버려둔 숙제를 푼 아이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즐거움이 다하면 슬퍼지는가. 눈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 후로는 전화 한 번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커피의 첫맛이 제일 맛있듯 만날수록 처음의 감동을 잃어버릴까 염려했기 때문이며, 남자는 딱 한 번에 일생을 걸거나 딱 한 번이 전부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아니 일생을 통하여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거나, 누군가의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 여지친구는 시인에게 언제나「그리운 사람」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옛날 박제상의 부인이 남편을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되고, 평강공주가 눈물을 뿌리자 움직이지 않던 온달의 관이 움직인 것은, 그리움을 떠나서는 아.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2014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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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위원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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