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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안(炯眼)'이 없는 민족
김성춘 위원 | 승인 2013.11.19 22:59

기원전 149-146년, 지중해 패권을 둘러싼 카르타고와 로마간의 마지막 운명의 전쟁이 벌어졌다. 제3차 포에니전쟁이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이 전쟁에서 카르타고는 로마에 의해 처절히 괴멸된다. 이 때 로마군 사령관 소(小) 스키피오는 장장 15일간을 불타는 카르타고를 바라보면서「장차 로마도 카르타고의 운명을 따르겠구나!」라며 우울한 상념에 빠진다. 그래도 스키피오는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환희의 절정에서 몰락의 날을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스키피오의 뒤에 예수가 나타난다. 어느 날 그는 제자들과 예루살렘성을 찾았는데「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으리라. 마태24-2, 마가13-2, 누가19-44」며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한다.

그것도 끔찍하게. 그 뒤 기원후 70년 로마의 디도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성은 예수의 예언을 이루려는 듯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그 때부터 이스라엘 민족은 디아스포라(離散)을 시작한다. 종교의 안경을 벗어던져도 예수의 통찰력은 과히 역사의 주재자 그 자체이다.

우리나라 역사는「한국미술 오천년전」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50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예수는커녕 스키피오처럼 역사를 조망하면서 그 역사 너머를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잦은 외침과 척박한 농토 등이 각박한 삶을 강요하여 추상적인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고, 큰 산, 큰 강. 큰 평야가 없어 산천을 닮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인 것은 우리 민족이 생각을 하지 않거니와 생각이 멈췄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없으니 역사의식이 생길 리 만무하고. 철학이 생성될 수 없으며, 반성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생각이 없으니「즐거움 끝의 슬픔」이나「봉황수(鳳凰愁)」를 알 턱이 없고. 「물극필반(物極必反),사물은 극에 이르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옴」이나「낙엽귀근(落葉歸根), 잎사귀는 뿌리도 돌아감」의 뜻을 천착할 수 없는 것이다.

구릉이 골짜기가 되고. 계곡이 언덕이 되는 것이나 강물줄기도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중국 송나라의 철학자 진헌장이 말한 것처럼 크게 의심해야 크게 진보하는 것이며, 옛날 재상으로서 조선의 한명회, 중국 한나라의 곽광. 명나라의 장거정이 권세를 떨칠 적에는 산천초목도 벌벌 떨고 강물도 흐르기를 멈칫했지만 그때부터 그들의 내리막은 시작되었다.

오늘 당신의 부귀가 진나라의 석숭이나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나「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처럼 밤마다 파티를 열 수 있는가? 오늘 당신의 위엄이「원탁의 기사」에 나오는 아더왕이나 십자군 전쟁의 사자왕 리차드1세나 세익스피이어의 희곡「헨리5세」에 나오는 헨리5세를 능가하는가?

오늘 당신이 중국 한무제 때 경국지색 소리를 듣고 죽을 때 자기의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이부인이나 영화「기적」의 캐롤 베이커나「로마의 휴일」에서의 오드리 헵번보다 더 아름다운가? 스키피오나 예수가 한 마디 더 했다면 아미 이 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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