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포털을 검색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어 연설에 딴지 거는 글을 발견했다. 개인 블로그에 게재된 글인데 객 수가 천 명을 넘는 걸 봐선 제법 힘깨나 쓰는 블로거라 봐도 무리가 없다.

글도 깔끔했다. 맞춤법,띄어쓰기 어느 곳하나 흠잡을 데 없었다. 솔직히 읽는 내내 아마추어가 아닌 언론인이나 작가가 아닐까,의구심이 들만큼 조리있는 문체였다.

문제는 사견이라 해도 다수가 접하는 블로그인데 너무 편향된 주장이 퍼 나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해서 졸필이나마 그 분의 글에 반박하고자 펜을 들었다. 이 글이 널리 읽혀졌음 하는 바램이다.

그분은 "국가원수가 왜 자국어로 연설하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국어로 연설했다면 훨씬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건 차지하더라도 내 비위를 건드리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알다시피 박근혜는 5개국어가 가능하다. 영어와 불어는 토론이 가능한 수준이고,중국어와 스페인어 또한 일상 대화에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독일어 또한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박근혜가 자기 개발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5월 미국 의회에서 선보인 영어 연설은 40여 차례나 박수 받을 정도로 콧대 높은 미국 정치인들이 감탄할 만큼 훌륭했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어로 "배가 고프다"고 농을 건네 시진핑과 중국 정치인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칭화대 연설은 준비된 것이니 그렇다쳐도,시진핑에게 건넨 친근한 농 한마디는 차원이 다른 외교 스킬이다.

이번 불어 연설도 그렇다. 박근혜는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유학 한참 전부터 불어를 익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 있었다. 그후 자신의 노력으로 유창한 실력으로까지 발돋움했으니 유학의 연을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고픈 마음은 인지상정인 셈이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불어로 답한다"고 할 만큼 자국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요즘이야 영어가 공식언어화됐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해도 불어는 영어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외국어였다.

이번 불어 연설을 접한 프랑스 기자가 "유럽에도 불어를 이같이 완벽하게 구사하는 정치인이 없다"며 놀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가뜩이나 불어의 위상이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던 와중에 한류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이 자국어로 연설했으니 감동이였을 것이란 건 안 먹어 봐도 고추장이다.

우리 한국인 또한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은 어느 위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허나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무분별한 외래어나 영어를 떠올리면 자부심과 영어에 대한 동경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우리 가요를 보자. 영어 가사가 안 들어간 노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아닌가. 중국,일본 식 한자 약자는 어떠한가. 그들을 위한 안내표지는 표지고,우리가 원래 사용하던 정자까지 그들의 사용법대로 포기하고 있진 않냐는 말이다. 우리가 과연 박근혜를 비판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언어를 아끼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박근혜가 우리말로 연설하는 건 다음 방문에 해도 무방하다. 만약 재방문 시에도 그 나라 언어로 연설한다면 나부터 비판할 것이다. 국가원수를 외국어 실력으로 뽑는 건 아니지만 각국 정상끼리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데 통역 없인 끼지도 못하는 것보다야 백번 낫다.

외국 정상이 한국어로 연설한다면 우린 어떤 느낌이 들까. 기분이 좋으면서도 우리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는 가상함에 박수 쳐주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박근혜는 국익을 위해 외국어 습득에 전념했고,그 노력의 진정성은 충분히 전달됐다. 그 다음은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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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중  jhj7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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