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인생의 반환점을 50세라 한다면, 인생의 반환점을 돈 사람들에게는-금방 돌았든 오래전에 돌았든-가을날의 강물이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보도위에 나뒹구는 은행나무 잎이나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 떼의 울음소리보다는 유유히 흐르는 가을날의 강물에서 가슴속이 더 사무칠 수 있다.

그래서「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아직 인생의 앞날이 창창한 사람의 것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언덕에 이미 오른 사람들의 것으로서「남은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자기 인생만큼 막중하고 중차대한 것은 없다. 그것은 플라톤의「인간은 신의 모사품」이라는 말을 뛰어넘고, 칸트의「인간이 존엄한 까닭은 이성에 의해 인도되는 도덕률이 있기 때문이다.」이라는 말도 또 뛰어넘어, 실러의「인간이 다른 사물과 결정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인간만이 단지 실존하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라는 대발견이 그 근거이다.

인생을 낭비 없이 산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더욱이 살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더 적은 사람에게는 그것은 화룡점정(畵龍點睛) 붓놀림의 기간일 수도 있고,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또는 피안에서 차안으로 가는 시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보다 앞서 산 사람이나 그들의 말에서 확인하거나 찾을 수 있다.

「무왕(武王)은 불이 꺼진 뒤에도 용모를 닦았다.」와「사이후이(死而後已)」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무왕을 이야기해 보자. 여기에서는 주무왕이 폭군 주를 몰아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요는 그가 어둠속에서도 용모를 닦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반구정신(反求精神) 즉 성찰에 철저했다는 것이고, 사지(四知) 즉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알기 때문에 거짓이 없었다는 것이며 그리곤 인간의 외적확대에 노력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벌건 대낮에만 군자이네 신사이네 숙녀이네 하는 것을 생각하면 무왕의 인품의 고결함은 물론이고. 그가 얼마나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이후이(死而後已)이다. 이 말은 제갈공명의 출사표에서도 나오고 조선시대 학자 이준의 자찬묘지명에서도 나오는데 뜻은「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또는「죽은 후에야 그만둔다.」로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말이다. 이것은 죽을 때까지 게으르지 않게「자기실현」또는「자기완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나는 인류역사에서 인류를 감동시킨 많은 말들을 기억하지만, 인생의 반환점을 돈 사람들에게 이 두 가지 말보다 인간의 심장을 찌르면서 오만무쌍한 정신의 강역을 보여주는 말은 더 이상 알지 못한다. 왕후장상을 하고 대부호가 되는 것이 하늘과 같은 것이라면 이것은 하늘 밖의 하늘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노자의「전력을 다해 내 몸을 닦고. 그래도 여분이 있으면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말이나 사마천의「어떤 삶은 바위처럼 무겁고. 어떤 삶은 깃털처럼 가볍다.」의 말과 같은 영역의 말인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김성춘  kimmaeul@hanmail.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