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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그리움이 있었다.
김성춘 | 승인 2011.05.30 14:54

[푸른한국닷컴 김성춘 칼럼니스트]

태초에 말이 있었다. 종교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많은 말들이 있었다. 그 말 중에서도 우리 인생의 의의를 깨닫게 하고. 우리 인생의 격조를 높여준 최고의 말이 없을 수 없었다.

바로 이 말「뭇사람들 속에서 수 백 번 수 천 번 그대를 찾았네!(衆裏尋他千百度)」가 그것이었다. 이 말은 중국 북송(北宋)의 문사 신기질의 시 한 구절에 불과하지만 종교의 근원. 철학의 근원. 문학의 근원을 본 것이었다.

신기질은 일찍이 그리움이라는 역사성. 그리움이라는 보편성 그리움이라는 원형질을 포착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한 사람만을 숨바꼭질 하듯 찾아야 하는가?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고 원인이며 동기이자 전개점인 그리움이란 것을 우리가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우리는 금강산을 본 뒤로는 다른 산들은 성이 차지 않고. 넓고 넓은 바다를 보고난 뒤로는 다른 강물은 눈에 차지 않게 되었다(曾經滄海難爲水).

낭만파 시인 P.B.쉘리를 낮과 밤으로부터 기쁨을 달아나게 한 것도 그리움이었고. 사면초가(四面楚歌)에서 상승(常勝)의 항우군을 궤멸시킨 것도 초나라 음악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항해하는 선원들의 영혼을 빼앗는 사이렌 여신이나 라인 강의 로렐라이 전설도 그리움이란 원초적인 것을 자극한 결과였다. 그리웠기 때문에 조선의 나주 백성 김점룡과 과수 한씨는 하룻밤 인연으로 끝내는 숯덩이가 되었다.

그리움은 전래 동화 「젊어지는 샘물」의 샘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파릇파릇하지만 전염병 같아서 일시에 많은 베르테르를 낳게 하는 위험한 것이다.

그리움은 「삼년 고개」같아 거기에서 구르면 구를수록 오래 사는 것처럼 치솟는 정은 새륵새륵 하지만 도리스탄과 이솔데의 굳건한 사랑을 시기하게 만드는 불온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움은 여름에 서리가 내리고 겨울에 홍설(紅雪)이 내리는 등 모든 소요와 분란의 서식처라고 해도 기꺼워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움이 없었다면 조선의 임호가 황진이 무덤 앞에서 잔 들며 호곡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움이 없었다면 북송 시인 육유가 전 부인 당완을 그리며 75세의 나이에도 심원(沈圓)에서 애상에 잠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움이 없었다면 「장맛비가 내리는 저녁에」라는 책에서 중년의 남자가 생면부지의 여성과 비를 맞으며 상해 거리를 서성거리지도 않았을 것이며, 조선 여인 원이엄마의 지극한 망부곡도 태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후세 사람인 내가 한 때는 원희의 처였고 나중에는 조비의 황후였고. 시동생 조식이 낙신부(洛神賦)라는 글을 남기게 된 옛 여인 견씨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며.

삼국지에서 당시 남정네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는 이교(二驕)라 불리는 소교(小驕)와 대교(大驕)에 대한 아스라한 마음도 애초에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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