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상념에 젖게 한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그것은 가을이「조락의 계절」이라 인생의 생로병사와 딱 들어맞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에 의탁하여 심중의 말들을 풀어놓으니 도학자 주희 같은 사람도「오동잎」하나 떨어짐에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고 하는 것이다.

가을은 시인 김용호로 하여금「나도 끝내 하나의 낙엽인 것을-」라고 토로하게 하고. 마리아 라이너 릴케로 하여금「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가을은 신라사람 월명사로 하여금「이른 가을 어느 바람에/ 이곳저곳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나서 가는 곳 모르는다!」는 말을 하게 하여 남매의 비극, 민족의 비극. 인류의 비극을 드러낸다.

가을은 하늘을 한껏 높게 하여 사람들이 하늘 높은 곳이 거룩한 곳임을 똑똑히 보게 하고. 가을은 처량한 바람을 일으킴으로써 무지렁이 왕후장상 가리지 않고「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말씀에 빈틈이 없는 것을 알려준다.

오자서가 초나라에서 오나라로 도망칠 때 잡힐까봐 밤새 머리가 희어졌는데 아마 어느 가을날이었을 것이고. 이태백이 거울속의 백발노인을 보고 소스라친 날도 아마 가을이었을 것이고. 허난설헌이 박복함을 탓하며 자기는 전생에「하늘의 선녀」라고 깨달은 날도 아마 가을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가을은 만당(晩唐)의 유미파(唯美派) 시인 허혼으로 하여금 그의 시「이른 가을((早秋)」에서「갑자기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아! 나는 연파(烟波)속에서 또 늙어가는구나. (淮南一葉下 自覺老烟波)」를 중얼거리게 하여 아직 가을이 깊지도 않고 아직 세밑도 아닌데도 늙음을 한탄하게 한다.

아, 사람이 늙어가는 표시는 주름진 얼굴에서도 느끼지만 하얀 머리카락에서 더욱 고양되는 것은 백발과 가을의 서리가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초당(初唐)의 시인 진자앙은 그의 시「유주대에 올라(登幽州臺歌)」에서「천지의 유유한 흐름 생각하자니/ 짧은 인생 깨달아 눈물 떨군다.(念天地悠悠 獨愴然而涕下)」고 했는데, 가을은 진자앙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눈물을 떨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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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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