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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쓸쓸함을 비켜가자면[긴성춘칼럼]이 사람들을 만난 것은 나의 행운이고, 나의 횡재이다.
김성춘 | 승인 2011.05.24 18:43

[푸른한국닷컴 김성춘 칼럼니스트]

지금은 50세가 장년(壯年)이고, 인생칩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가 옛말이 되었으나 옛날에는 나이가 50이 넘으면 만년(晩年)이라고 했다.

이율곡이 49세에 죽고,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 역시 49세에 죽으니 대학자나 무장이나 인생 50년은 넘을 수 없는 큰 산이었다. 이래서 옛날에는 지천명(知天命) 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없으면 아주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천명을 안다는 것은 역시 어렵지만 천명을 「사람으로 태어난 기쁨」으로 바꾸어 놓는다면 뭔가 눈에 보이고 뭔가 손에 잡힐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금강산을 찬미하고 화양계곡에 감탄한다. 그러나 거기에 구름이 흐르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으며 새가 지저귐을 멈추고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을 그만둔다면 감동은 반감될 것이다.

인생도 이러하니 이건희와 정몽구의 부는 단지 자연일 뿐이다. 태양왕 루이 14세와 강건세(康乾世)의 건륭제의 권력도 역시 자연에 불과할 뿐이다.

그 자연에 생기를 불어놓고, 가공하고 채색하여 보석으로 만드는 것은 역시나 「정신」이고 역시나 「문명」인 것이다. 정신과 문명이야말로 구름이고 바람이며 7월의 종달새이며 여름날의 장미꽃인 것이다.

불교의 일기일회(一期一會) 같은 것. 「트로이 10년 전쟁의 가치가 있다.」는 헬렌의 눈동자를 능가하는 것, 옛날 용의 눈동자를 찍자 용이 벽을 뚫고 날아간 것을 방불케 하는 것, 사람은 사람이되 문사(文士)이고 이미 백골이 된 사람들이라는 데서 나의 지향과 뒤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지금도 고려 인종 때 문인 정지상의 시「대동강」을 떠올리면 지금도「연광정」은 빛나고 「을밀대」에서 이별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이규보를 만나면 그가 최씨 정권하에서도 왜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수긍한다. 조신시대 손곡 이달에게서는 비록 서얼이지만 난초의 향이 묻어나고 허날설헌에게서는 조선이 좁은 것은 꼭 그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광해군의 척족을 빗댔다고 동대문 밖에서 권필이 죽을 때에도 비바람에 꽃들은 떨어졌고, 정조의 「문체반정」에 거슬려 평생 야인으로 산 이옥과 그의 지기인 김려로부터는 산문정신이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배운다.

중국 굴원의 「아독성, 아독청 我獨靑 我獨醒」에서는 진정한 자유함이 무엇인지 알며 두목의 「십년일각양주몽, 十年一覺楊洲夢」에서는 인생의 무상함이 그려진다. 백낙천의 「비파행」에서는 늦게 만나는 것이 조금도 손색이 없음도 알게 된다.

남송 시인 육유로부터는 75세의 나이에도 옛 부인 당완에 대한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음을 알게 되고 금나라의 원호문으로부터는 오랑캐 나라 금나라가 중주(中州) 곧 천하라는 발상의 전환을 발견한다.

명청교체기의 오위업으로부터는 「사대부. 인생. 역사」의 응시법을 배운다.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의 이시가와 다꾸보꾸부터는 「한」이 인류 공통의 정서임도 확인한다.

내게 있어 이 사람들은 나의 쓸쓸함을 걷어내고. 세진(世塵)을 닦아내며, 불만을 삭여주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을 만난 것은 나의 행운이고, 나의 횡재이다.

이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향기 없는 꽃에 불과했을 것이며 원석(原石)에 지나지 않았을 뻔했다. 이 사람들은 내게 있어 구름이고 바람이며 두견새였고 진달래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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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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