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 감동이 없다고 한다. 아니 애초부터 한국정치에는 감동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그것은 정치가 책임을 다 질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정치를 유지하고 지탱해주는 바탕이 부실한 것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가 감동이 넘치는 나라인가 아니면 감동이 가뭄과 같은가는 그 나라가 침잠되고 경직되었는가 아니면 역동적이고 활기찬가를 보고서 알 수 있다.

감동은 금기가 많고 성역이 많은 곳에서는 없다. 감동은 상상력을 막고 자라기 때문이다. 감동은 정형화되고 표준화되었으며 규격화된 곳에도 없다. 감동은 정신적인 것으로 일탈과 파격이기 때문이다. 감동은 끝을 보려하고. 멈출 줄 모르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곳에도 없고. 피아만 존재하고 상대방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곳에도 없다. 감동은 자타의 공동영역이 많은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감동은 방정(方正)함이나 질서정연하거나 일사불란한 곳에는 없다. 감동은 돌출이고 누락이며 삐어짐이자 찌그러짐에 기반 하기 때문이다. 감동은 원칙을 찾고. 원론을 따지는 데에도 없다. 감동은 허점과 약점에서 유래하고 의외와 뒤에서-보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프로그램화되고 메뉴얼화 한 곳에도 감동은 없다. 조지 오웰의「동물농장」이나 미셀 푸코의 판옵티콘(원형감옥)을 닮았기 때문이다.

감동은 사람의 입지를 축소하는 데서는 사그라지지만 사람의 입지를 확대하는 곳에서는 분출되고. 경계를 짓는 데서는 바짝 앉지만 경계를 허무는 곳에서는 때를 만난 듯이 분류한다. 감동은 꿈이 없거나 꿈을 빼앗긴 데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지만 꿈을 꾸거나 꿈을 꿀 수 있는 데서는 한껏 치솟는다. 감동은 꿈나무이기 때문이다.

감동은 예측과 전망과 선례(先例)가 무색(無色)해져야 힘을 얻고. 여지에서 생존하며, 여유에서 윤택해 지고. 반전(反轉)에서 회생한다. 감동은 미지(未知)와 불명(不明)에서는 배가(倍加)되니 감동은 생각의 한계.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동은 그동안 얼굴만 알다가 속내를 안다는 것이고. 감동은 그동안 소원하고 적조한 것이 친밀함과 다정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감동은 소설이나 영화의 클라이맥스나 한시 오언절구(五言絶句)에서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전과 같은 것으로 클라이맥스 없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고 전이 없는 절구는 시가 아닌 것처럼 감동이 없는 정치나 감동이 없는 사회는 정치의 포기나 사회의 해체라 할 수 있다. 감동은 유한한 인생이 장마철의 햇살처럼 하늘의 즐거움을 잠깐 맛볼 수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야 감동이고. 과거(科擧)합격의 불모지에서 처음으로 합격하여 파천황(破天荒)의 이름을 얻는 것이 감동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둔마(鈍馬)이지만 마상(馬相)을 잘 보는 백락이 한 번 돌아봄으로써 천리마가 되는 것이 감동이고. 상록수의 최용신이 마마자국을 부끄러워하며 농촌활동을 할 적에는 보통일이지만 마마자국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안 뒤의 농촌활동은 감동이 되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감동에 젖어본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감동에 젖을 수 있으며, 감동을 전파시킬 수 있다. 똑같은 풍경을 표현해도 어떤 작가의 글은 밋밋해서 감동이 없지만 어떤 작가의 글은 문학성이 풍부해서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감동도 행위 주체의 마음이나 역량에 따라 가감되거나 유무(有無)가 결정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감동은 우리에게는 먼 날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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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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