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초로와 같아 만날 때가 많지 않다(人生如草露 會合不多時).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시를 엄청나게 좋아하여 실록에 남아있는 시가 자그마치 130수라 하고.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연산군이 마지막 남긴 시 구절이다. 마치 만시(輓詩)나 만가(輓歌)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시 구절이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는 시참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무엇이 젊은 폭군 연산을 뿌리칠 수 없게 하고. 수심 가득하게 만들었을까? 강물이 여울을 이루는 곳에서 소리를 내고. 바람과 구름이 산등성이를 넘어갈 때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다보거나 지난날을 돌아다보게 된다. 연산군 역시 그랬던 것이다.

인생이 초로와 같아 만날 때가 많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은 그동안 밋밋하게 보이던 산천풍경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고. 그동안 홀대하거나 박대한 사람이 정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동산에서만 놀다가 제법 큰 산에 올라온 것이고. 냇물만 보다가 제법 큰 강을 본 것이다.

인생이 초로와 같아 만날 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엇보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미우나 고우나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것은 보물이 있는 동굴의 신비한 몇 겹의 문이 열리는 것과 같은 떨림과 기쁨인 것이다.

인생이 초로와 같아 만날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트로이의 용사(勇士) 오디세우에게 부인 페넬로페는 더욱 그립고. 온달은 죽어서도 평강공주를 보기 원했다. 굴원의「슬프고 슬픈 것은 살아 이별하는 것이고. 기쁘고 기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네 (悲莫悲生別離 樂莫樂兮新相知)!」라는 말은 천고(千古)를 서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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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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