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을 읽다 모면 아주 드물게 마주치는 이름들이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화려한 이름들은 아니지만 고개 숙였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뭉클해진다. 똑같은 절개이고 똑같은 지조이지만 정몽주 성삼문 김시습에 비해서 이 사람들은 누락되고 홀대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 못지않게 우리의 주목을 끌어야 하고, 우리의 감동을 자아낸다.

홍언충(洪彦忠)은 연산군에 의해 귀양을 가는 등 곤욕을 당하지만 중정반정이 일어나 연산군이 쫓겨나자 폐주(廢主)를 위해 울고서는 벼슬길을 단념한다. 유몽인(柳夢寅)은「어우야담」의 저자로 역시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나자 서인들에게 비협조적인 이유로 광해의 신하로 지목되어 죽음을 당한다.

김홍욱(金弘郁))은 효종 때 황해감사로서 인조 때 죽은 소현세자의 빈 강씨를 위해 신원하다가 장살(杖殺)을 당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서슬 푸른 혁명(?)의 분위기속에서 폐주나 폐빈을 위한 용기를 내게 했을까? 옛 군주에 대한 의리나 정은 사람의 도리이며, 신하가 군주를 몰아내지 못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좀 더 세밀히 들어가면 저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 이래 군주는 봉록을 신하에게 내리고 신하는 충성으로서 보답한다는 암묵적 계약 때문일 수도 있다. 또 그것은 폭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 제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반정(反正)은 미명(美名)이고 합리화일 뿐 원천적으로 거부되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정치는 한 때의 시세(時勢)이지 정의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유몽인이 늙은 과수가 분장하고 재가(再嫁)한다는「상부탄(孀婦嘆)」이란 시를 통하여 나의 때와 저들의 때를 분명히 한 것처럼 시운을 알고 진퇴를 결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높은 도덕성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무언의 시위기 되기도 하며, 모든 사물은 양면이 있으며 그렇게 때문에 폐주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도 가치의 하나이며 그것도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라는 것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잔잔히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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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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