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을 가리켜 하지장은 적선(謫仙)이라 했다. 하늘나라에서 죄를 지어 이 세상으로 귀양 왔다는 것이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천상병은 이 세상에 소풍 나왔고, 죽는 것을 귀천(歸天),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다. 이태백은 유배객이었고, 천병상은 소풍객이었다. 두 사람 다 이 세상을 객으로 살다갔다. 과연 세상에는 이들이 맘을 주고 정을 준 것이 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죽음」을 애석해 한다. 그러나 이태백과 천상병에게는 죽음이 애도할 것이 아니라 기쁨이었고 축복이었다. 그것은 타향을 전전하던 나그네가 고향에 돌아온 것이고. 원정 나갔던 병사가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사람은 60세가 넘으면 덤으로 사는 것이고. 언제든지 죽음이 도둑처럼 덮칠 나이이다. 세상의 명리(名利)는 인연이 있어야 하고 팔자에 있어야 한다. 사람이 60세를 넘고 명리에 초연하다면 바로 죽어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나는 나의 가족들에게「내가 죽으면 절대 울지 말고. 감사하고 기뻐하라.」고 유언 아닌 유언을 했다. 나이도 60 언저리이고, 나는 오직 강과 산을 나의 정원(庭園)으로 알고, 바람과 달을 벗하며 사는 자칭 강산풍월주(江山風月主)이니 이제 죽어도 아까울 것은 없다.

일본의 어느 할머니는, 암에 걸렸으나 병원에 가지 않고 죽음 직전까지 집에서 일을 부지런해 했고, 죽기 사흘 전에 가족들을 모이게 하고 사흘 후에「자, 나는 간다.」라고 인사하며 세상을 떠났었고, 그때까지 할머니가 어떻게 살았는지 본 가족들은 할머니가 숨이 넘어갈 때 모두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한다.

아! 나도 죽을 때, 이름 모르는 그 할머니처럼 박수를 받고 싶다. 나의 가족들이여, 내가 죽으면 박수를 쳐 달라. 산수화에서 달랑 산봉우리 하나만 그렸지만 그 앞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수풀이 있으며 내가 흐르고 꽃이 피어있고 토끼와 사슴이 노는 것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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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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