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토론공감

[장해중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어제 'SBS 시사토론 공감'을 시청했다. 요사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NLL 문건 공개'라는 주제를 놓고 새누리당은 이철우 의원이 민주당은 정청래 의원이 출연했다.

토론은 예상 만큼 뜨거웠다. 거기다 보수 성향의 제성호 교수와 진보 성향의 이택광 교수의 설전도 볼만 했다. 문제는 정청래와 이택광의 말 끊기와 고성이 토론의 질을 추락시킴에도 사회자(여자)의 제재가 없었을 뿐더러 정돈할 역량도 부족했다는 점이다.

한술 더 떠 이 여자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웃기 바빴을 뿐아니라 패널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 100분 토론의 신동호 아나운서와 비교돼 어이를 상실케 했다.

신동호와 견준다는 게 어불성설인지 알면서도 "신동호라면 저렇게 안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게다가 상대방의 발언은 청취하면서도 진작 자신의 발언권은 챙겨 먹지 못하는 이철우을 보니 열불이 났다.

물론 상대방의 발언을 경청하는 이철우가 잘못된 건 아니다. 탓을 하자면 정청래와 이택광에게 하는 게 맞다. 허나,이철우는 간과한 게 있다. 자신이 나온 공중파 토론 프로는 점잖을 빼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까놓고 말해 그런식으로 토론에 임할 거면 안 나오는 게 도와주는 거다! 설득을 하고 맹공을 펴도 모자랄 시간에 내 발언권조차 못챙겨 먹는 패널은 듣기만 하는 허수아비와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정청래는 자신의 발언 시간은 초과하고 상대방의 발언 내내 말을 끊어 논지를 흐르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록 토론의 질은 추락시켰을지 모르지만 정치 전문가가 아닌 시청자가 보기엔 정청래의 설득력이 더 깊숙히 다가갔을지 모를 일이다. 이점이 두렵다는 것이다!

지금 정청래를 두둔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사실 정청래의 비아냥과 말 끊기는 시청하는 내내 짜증을 유발했다. 다만,이철우가 설전을 위해 그 자리에 앉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폭발력을 보여줬여야함에도 그러지 못했을 뿐아니라 주도권을 뺏겼다는 사실이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할 말은 제때 속시원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와 사람은 말로 의사를 전달하는 동물임을 정의한 것이다.

허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 토론 프로에 나와 한마디 더 하려고 악착을 떨어도 모자랄 판에 남의 얘기는 다 듣고 내 얘긴 자르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건 패널의 자격이 없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제성호의 선전마저 없었다면 어제 토론은 완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전원책 변호사와 변희재 대표를 우파 최고의 논객으로 치는 이유도 글보다 토론 프로에서의 설전에 능수능란하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글도 글이지만 설득에 능했다. 말빨이 얼마나 좋았으면 현사가 많기로 유명한 강동의 문신들이 그의 화술에 반격은 커녕 설득까지 당했겠나!

글을 잘 쓰는 것과 말을 잘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말빨,즉 화술은 노력보다 타고나야 한다. 이철우는 수영 선수인데 마라톤에 출연했으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겠나? 이철우를 내보낸 새누리당의 안일함이 부른 참혹한 결과라고 보면 틀림 없다.

물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전후 사정을 안다. 허나 어제 같은 방식으로 출연할 거라면 아니 나오는만 못하다는 걸 명심해야 하며 그래도 토론 프로에 나오겠다면 전원책과 변희재에게 1주일 이상 레슨을 받길 주문한다.

전원책,변희재는 토론의 귀재들이다. 이철우 당신을 괴롭혔던 이택광이 얼마 전 100분 토론에서 변희재에게 꼼짝 못했던 장면을 보면 얼마나 자신의 내공이 미천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정해중  jhj7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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