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는 솔개의 길이 있고 참새는 참새의 길이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굴원은「이소」에서「솔개와 참새는 같이 날 수 없고. 모난 것과 둥근 것은 같이 할 수 없다.」고 하여 당시 깨어있는 자와 취한 자, 충신과 간신과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주유를 냈으면 공명을 내지 말거나 강채평을 냈으면 양귀비를 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의 심정과 똑같았을 것이다.

여기서의「솔개」란 뜻이 높고 기개가 있으며 정신이 고귀한 사람을 말하는데 굴원 스스로를 솔개로 지칭함을 알 수 있다. 솔개는 치욕을 죽음보다 못 견뎌하고. 곤란해도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솔개가 없으면 세상은 참새나 닭. 오리의 세상이 되니 열사(烈士)나 국사(國士)가 나올 수 없고. 심오한 이론이나 학설이 나올 수 없다.

솔개는 햄릿을 닮아 곳곳에서「깨진 옥(玉)조각이 되느냐, 온전한 사기그릇이 되느냐,」의 선택에 직면한다. 역사에서 이러한 선택의 맨 앞에 선 사람은 김시습이었다. 그는 절개를 지키느냐 출세를 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절개를 택하였다. 사회적 책임감과 자아세계 사이에서 자아의 수호를 택한 것이다.

솔개의 삶은 조식의 표현대로라면「고수 비풍다(高樹) 悲風多!)」이다. 루소는 스스로를「고독한 산보자」라 하였고, 정약용은 18년의 유배생활을 고독과 소외, 실의 속에서 보냈으며, 공자는 56세부터 69세까지 14년간 방랑생활을 하였다. 솔개이기 때문에 겪는 태생적·근원적 슬픔인 것이다.

천리마는 한유의 말대로라면 하루에 조 한 섬을 먹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 둔마보다 못하다 한다. 사람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자기 뜻을 펴지만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기 뜻을 접는 것이다 미인도 용사가 없는 것을 걱정한다. 이것이 바로 천리마의 슬픔이고 독서인의 슬픔이고 미인의 슬픔이다.

솔개는 솔개의 길이 있고 참새는 참새의 길이 있다. 자기는 여태껏 오리인줄 알았는데 오리가 아님을 발견한 순간부터 백조의 슬픔은 시작되고,「송충이는 솔잎만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서 송충이의 슬픔을 재 볼 수 있다.「참새나 제비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 수 있으리!」라고 말한 진승은「솔개의 슬픔」을 뼛속깊이 안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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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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