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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눈망울
김성춘 | 승인 2013.06.10 23:12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곳을 가고. 수많은 것을 본다. 그중에서 과연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이 있을까? 있다면 평생 간직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옛날 사람들은「와유(臥遊)」라 하여 살았을 적 다닌 곳을 그림으로 그려서 늙거나 병들어도 그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본 것의 감흥을 잊지 않기 위해 시와 글을 지으니 왕희지의「난정집서」이고 범중엄의「악양루기」이고 소동파의「적벽부」이다.

웅혼하고 수려한 기상을 좋아함은 어디서고 똑같다. 조선의 이퇴계는「도산12곡」을 짓고 이율곡은「고산9곡가」를 지어 중국 남송 주희의「무이9곡」에 화답하니 퇴계와 율곡은 비록 무이산을 보지 못했지만 상상으로나마 무이산을 거닐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옛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 절경(絶景)이나 장관(壯觀)을 보면 눈에 가득 넣으려 하고 고적(古蹟)앞에서는 오랫동안 서성거리고, 좋은 글귀를 만나면 흔치 않은 행운이라 여기며 그 뜻을 음미한다.

다음을 기약하지만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번 더 뒤돌아보게 되고, 발병 난 것처럼 발걸음을 최대한 질질 끌기도 하였다. 그것은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이었고, 잡초만 무성하여 객정(客情)을 돋우는 여주 고달사 터였다.

내 발길이 닿고 내 눈길이 머문 곳은 어느 하나라도 정성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경관(景觀)이나 시가(詩歌)도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그리움의 근원이 있었다. 내가 그때 거기서 마주쳤던 사람들의「눈망울」, 누군가는 사람은 그렸지만 몇 년 동안 그리지 못했다던 그「눈망울」들이다.

죽을 때까지 평강공주를 못 잊어하는 온달의 눈망울까지 떠올리려는 내가 아닌가. 그것은 이심진심의 눈망울이었다. 어떤 때는 애수를 드리우고 어떤 때는 기쁨으로 넘쳐나던 눈망울이었다. 어떤 눈망울은 이제 천상(天上)의 눈망울이 되었고 다른 어떤 눈망울은 소식도 듣지 못하는 눈망울이 되었다.

나는 이 눈망울들을 모두 내 눈망울에 담았다. 언젠가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애달픔이 달빛처럼 스며드는 날이면, 나는 그들의 이름을 부를 것이고 나의 눈망울은 수막(水膜) 안에서도 젖어있을 것이고 수막 밖에서도 젖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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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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