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재주나 노력하여 얻은 숙련은 일시적으로 우리를 수긍하게 하고, 한 때 이름을 낼 수는 있으나 거기까지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중국 문화혁명기인 1966년 9월 30일 부부가 함께 세상을 등진 예술평론가 부뢰(傅雷)는 생전에 피아노 공부를 하려 폴란드에 가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니 이것이 유명한「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이다. 여기에서 그는「학문을 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자식에게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올바른 사람이 되어야 예술가, 음악가,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했으며, 학문이나 예술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에는 인격도야나 함양을 통해 실력을 높여야 한다.」고 하였다. 매우 적절하며 탁월한 견해이다.

누구나 문장가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하자만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사람의 탄성을 자아내면서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서려면 반드시「품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타고난 재주나 노력하여 얻은 숙련은 일시적으로 우리를 수긍하게 하고, 한 때 이름을 낼 수는 있으나 거기까지인 것이다.

고결한 정신, 고상한 마음, 고아한 생각에서만 향기 나는 문장과 향기 나는 시와 향기 나는 노래가 나오는 것이고, 인류, 세계, 우주, 사랑 등의 위대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만이 위대한 작품을 쓰거나 빚어낼 수가 있다.

우리는 플라톤의「향연」을 읽고 플라톤이 고결한 철인(哲人)임을 알 수가 있고, 아우렐리우스의「명상록」에서 그가 고결한 황제임을 알 수가 있으며, 제갈량의「출사표」를 일고 그가 고결한 정신의 소유자임을 알 수가 있다. 이는 품성이 문장 속에 흐르고, 문장이 또한 품성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어짊과 바름, 우아함과 정결함은 역량중의 역량이고 성취중의 성취이다. 좋은 성품과 훌륭한 품성은 마치 잉어가 용이 되기 위한 관건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40년 동안 시나이 광야를 방랑했으나 모두 죽고 가나안을 볼 수 있었던 여호수아의 축복 같은 것이고, 용이 날아오르는데 필요한 눈동자를 찍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깨끗한 마음과 맑은 영혼이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치에 있거나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심정이 되면 저 굴원의 시「이소」가 되고, 셀리의 시「비탄(悲嘆)」이 되며, 이사가와 다꾸보꾸의 시「사향(思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시인이나 화가(이태백이나 고흐)들에게서 볼 수 있는 무례함이나 불경, 광기나 오만불손 등은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은「나의 글씨에는 법도가 없다.」는 소동파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천품(天稟)의 성품을 가진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창조행위에 대한 반대급부이며 beauty point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 때 정치적 사회적으로 잘 나갔던 헨델이나 밀턴의 경우, 헨델이 파산상태에서「메시아」를 작곡하고. 밀턴이 눈이 멀어 감옥에서 딸에게 구술하여「실락원(失樂園)」을 지은 것은 품성은 항상 기저에 있었고 은폐되었다가 때가 차서 극적으로 노출된「품성의 회복」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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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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