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공자(孔子)도 사랑 앞에서는 한갓 평범한 남자였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공자는 그것이「한 여름 밤의 흐르는 별」같이 끝났지만「요원(燎原)의 불길」같은 사랑이라고 떠올렸다.「여우도 죽을 때는 살던 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새도 죽을 때에는 소리가 처량하다.」고 했는데, 사람, 그것도 천하의 공자인데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누르면 누를수록 스모스몰 기어 나오고. 흩뜨리면 흩뜨릴수록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것은「동그라미를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이었고,「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동안 공자는「사랑의 주마등(走馬燈)」이 꺼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불씨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날 그때 「한 번 더 손을 잡아주고, 한 번 더 다정한 눈길을 줬어야 했다.」고 공자는 생각했다.「참, 그녀는 백합 같았지.」하고 생각하자 공자의 눈은 커지고 심장은 두근두근 뛰었다. 바람이 불고. 구름만 흐를 뿐이었지만 공자는 속내를 들킨 것 같아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공자는 그것이「사랑의 앙금」인줄을 몰랐다.

「사랑아, 사랑아.」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사람아, 아! 사람아」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것은 훗날 다른 사람이 부르게 되어있었다, 공자는 자기가 지금까지「배우고, 익힌 것」이「사랑」하나를 담을 수 없고,「사랑」하나를 건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은 도마(挑嗎)였다. 공자는 70이 넘어서도 그 여인을 잊지 못했다. 죽음을 얼마 앞둔 어느 날, 공자는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부르기 위해 홀로 걸어서 강가에 나왔다. 우두커니 서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며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갑자기 세월의 덧없음과 옛정이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시 한 수가 저절로 나왔다. 바로「천상(川上)의 탄(嘆)」이다.

가는 자 이와 같도다! 밤낮 쉬지 않고 흐르는구나.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공자는 이 9 자(字)의 말로서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을 깡그리 뿜어냈고, 알알이 토해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움의 끝이었다.「여느 남자」공자로서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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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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