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고뇌와 기쁨이 있는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우리가「같은 시대」를 산다는 것은 마치 대형극장에서 스테레오 음향을 듣고, 스포츠 중계를 라이브로 보는 것과 같아 고뇌와 기쁨이 여과 없이 전달되어 사실성(事實性)이 최고에 달하는 것이다.
서양속담에「안보면 멀어진다.」는 말은 동시대(同時代)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체감과 동류의식을 잘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시대」를 같이 한다는 것은 비슷한 문화적 환경에서 살고. 비슷한 문화의식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세상에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큼 사람과 사람사이를 끈끈하게 하는 것은 없다.
우리가「한 시대」를 산다는 것은「천생연분(天生緣分)」이나「천정배필(天定配匹)」에서 그「천생」과 그「천정」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나면서부터 맺어지고, 같은 시대에 살도록 예정 됐다는 것으로 그렇다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 꼭 만나야할 사람들인 것이다.
사람은 인접성(隣接性)과 근접성(近接性)을 느낄 때, 연대감이 생기고 유대감이 확보되며 마음이 더 끌리고 마음이 더 아려온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오솔길을 걸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예사 인연이 아닌 것이다. 시대를 같이 해야만 남녀간의「운명적 만남」이나 종교나 철학상의「역사적 만남」도 가능한 것이다.
같은 시대에 산다는 것은 김소월이나 네루다가 말한 대로「그 여인이 딴 남자한테 시집가고. 이미 남의 여자가 된 것」을 상관하지 않으며, 이시가와 다꾸보꾸가 읊은 대로「친구가 출세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꽃을 사 가지고 와 아내와 희롱하는」바로 그것처럼 보통의 형식과 제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산다는 것은 백거이가 그의 시「비파행」에서 지적한대로「늦게 만난 것을 꼭 탓할 수 없다.(相逢何必曾相識)」는 것이자 릴케가「두이노의 비가」 서두에서 말한 대로「내 울부짖은들 어느 천사가 들어주랴. 한 천사가 있어 갑자기 날 껴안는다고 해도 그 힘찬 존재 때문에 나는 사라지고 말리라!」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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