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이 한 개인의 사욕을 채우는 기구로 전락하는 꼴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박한명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폴리뷰 편집국장]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다. 특정 이사가 이사장을 핫바지 취급하며 방문진 권력을 전횡하더니 ‘알박기’ 인사로 MBC를 제 손아귀에 넣어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다. 김용철 이사 얘기다.

김문환 이사장을 무시하고 방문진을 자신 뜻대로 주도하려는 김 이사의 막가파식 권력 남용은 이제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노조가 최악의 불법파업으로 MBC를 부수고 있을 때는 힘도 못쓰던 사람이 김재철 사장을 쫓아낼 때, 신임 사장을 임명할 때, MBC 이사 선임을 앞둔 이때 권력의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주로 MBC 개혁을 막거나 자신의 사익을 취할 때 그렇다.

김 이사가 신임 사장 임명 때 이진숙 본부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고 퇴진시키라는 요구를 사장으로 뽑아주는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이사는 당장 이사직을 내놓고 물러나야 한다.

이진숙 본부장은 김 전 사장을 도와 MBC 개혁을 위해 온힘을 다해 뛰었던 인물이다. 소위 여권 추천 이사라는 자가 MBC 노조가 갈망하는 이진숙 퇴진을 사장 선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더구나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시청률이 폭락하고 경영부진에 빠진 MBC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을 쫓아내라고 새 사장에게 요구한 것은 심각한 권력남용이다.

지금 MBC는 김 전 사장과 이 본부장 등 경영진의 노력으로 노조 파업의 후유증을 완전히 벗고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고 있다.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사람을 명분 없이 쫓아내겠다는 것은 김용철 이사의 사감에 의한 ‘보복’이라고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김재철 전 사장과 함께 노영방송 탈피를 위해 애썼던 이진숙 본부장을 반드시 쫓아내야만 하는 음모라도 꾸미는 게 아니라면 김 이사는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쥐꼬리만한 감투, 그것도 자리라고 악용해 사익을 취해온 소위 ‘공인’들을 많이 봐왔지만, 김용철 이사처럼 ‘완장질’을 이 정도로 심하게 남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필자의 심정이다. 김재철 전 사장을 비롯해 이진숙 본부장 등 MBC 개혁을 위해 뛴 사람을 하나씩 제거하려는 행태는 소위 노조의 ‘세작’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김종국 사장이 확고한 소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MBC 개혁을 위한 임원 명단을 들고 김용철이 이끄는 방문진 쿠데타 세력과 맞서야 한다. 이들이 작년 파업 때 기회주의 처신으로 몸보신이나 하던 자, 노조와 야합한 자들의 명단을 들고 임명을 강요한다면 그 앞에서 내던지는 용기쯤을 보여줄 줄 알아야 한다. 쿠데타 세력의 부당한 사장 길들이기 시도가 있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 그게 공영방송에 임명된 순간부터 피할 수 없는 사장으로서의 책무다.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는 김용철이 이끄는 방문진 쿠데타 세력의 반란의 절정이었다. 지난 20년간 MBC 기존 본부장 모두를 이사로 선임한 관례를 깨고 생뚱맞은 ‘5인 이내 추천 안’을 들고 나와 이진숙 등 개혁 인사를 제거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자리였다. 더 큰 문제는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 소집 취소 통보를 받고 김광동, 차기환, 박천일 이사가 돌아갔는데도 재소집을 통해 이들에게 알리지 않고 방문진 쿠데타 세력만으로 이사 선임안을 확정지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방문진이 현재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그 중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김문환 이사장이 김용철 등의 압박 속에서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16일 열린 이사회가 MBC 이사 선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쿠데타 세력이 장악한 방문진의 비정상적인 운영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미디어오늘 등 노조 기관지와 언론노조파 매체들은 MBC가 두 달 가까이 경영 공백 상태라며 MBC 이사 선임을 재촉하고 있다. 방문진이 비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기습적으로 이사 선임안을 확정지었다면 이것부터 먼저 바로 잡아야 하는데도 어서 빨리 이사를 선임하라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결국 법과 절차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MBC를 과거체제로 돌릴 수 있는 임원진 구성만 완성되길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노조가 작년 6개월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날을 지새우고 깽판을 칠 때도 업무 공백 상태에 대해선 일절 염려하지 않던 미디어오늘 등이 경영 공백 운운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지금 방문진은 사람이나 운영이나 비정상 그 자체다. 이걸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용철 이사다. 김 이사는 현재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문진 이사로서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툭하면 월권을 하고 있다. 새 사장 선임 때 이진숙 본부장 등 MBC 특정 인사를 퇴진시키라는 있을 수 없는 요구를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말을 안 들으면 사장을 새로 갈아치우겠다는 조폭이나 할 법한 말도 했다는 주장도 있다.

김용철 이사는 이러한 의혹과 폭로에 대해 정직하게 답변해야 한다. 만일 이런 주장들이 사실일 경우 김 이사는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방문진 이사는 부당한 권력행사로 사익이나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김용철 이사는 지금까지 해온 행태 어느 모로 보나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 이사로서 자격미달이다. 이것만으로도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부여당도 정신 차리기 바란다. 방문진이 한 개인의 사욕을 채우는 기구로 전락하는 꼴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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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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