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남 탓하면 좌파고 내 탓하면 우파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마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쉽게 구분해놓은 것 같은데요, 현대 사회 모든 문제의 시발점을 해방 후 친일파 숙청이 안된데서 그 연유를 찾으려는 주사파가 주도해나가는 진보좌파의 특성을 꼬집어준 것 같기도 하구요. 하여간 좌파는 현재의 개인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모든 문제를 과거 탓, 사회 탓, 국가 탓, 재벌 탓 등 남 탓으로 돌리고 우파는 내가 부족해서, 내가 못나서 등 주로 자기 탓으로 돌린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삶에 자신감이 넘쳐나는 젊은이들에게는 남 탓이 잘 먹혀들어갈 수밖에 없지요. 나는 잘 났는데 사회가 문제투성이니 그런거야 하며 자기 자신을 위로받기는 쉽지만, 사회는 멀쩡한데 내가 못나서 그런거야 하며 자기 자신을 부족한 못난이로 취급하기는 쉽지가 않지요.  

일반 대중들은 좌파니 우파니 이런 것에 큰 비중을 두지도 않고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지요. 그런데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세력들이 있는데요, 현재의 구도를 깨려면 현재를 부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중에 제일 쉬운 방법이 바로 이 남 탓하게 하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있는데요, 야권에서야 원래 남 탓을 잘 해야 재미를 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여권에서도 남 탓 하며 선거를 치루려는가 봅니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니 내가 뭐라 할 말은 없다만, 남 탓이요 풍조가 사회에 성행하면 우리 사회는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범들이 잡혀들어가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부자들이 미웠다. 강남 부자들을 다 죽이고 싶었다, 부모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애인이 변심해서 여자를 보면 다 죽이고 싶었다...’ 등 내 탓은 없고 모두가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을 흔하게 봐 왔는데요, 남 탓만 하다가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하게 됩니다. 연쇄 살인을 해도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하게 됩니다.  

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명동성당과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고김수환추기경님인데요, 1998년 김대중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우리 사회는 온통 남 탓으로 가득 차고도 넘치자 이를 보다 못한 천주교사제들이 ‘내 탓이요’ 하는 운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고김수환추기경님께서도 자신의 승용차에 ‘내 탓이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자 전국적으로 ‘내탓이요’ 열풍이 불었었지요. 

선거의 해라서 그런지 유난히도 남 탓이 성행하는 요즘에는 김수환추기경님 같은 큰 어른이 그리워집니다. 니 탓, 남 탓이 아닌 내 탓이요 하며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서는 추기경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