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설은 우울하다

새해를 맞으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매년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부모님을 자주 찾아 문안인사를 하는 자식들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요즘 부모는 예전의 부모처럼 부모로서의 대접을 받기 힘들고 재산을 좀 가지고 있어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가끔씩 도와줘야 그나마 가끔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사람은 언젠가 늙는다. 말하나 마나 당연한 이치지만 이런 사실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이 부모를 홀대하면 본인들이 후에 나이 먹고 늙었을 때 똑같은 일이 아니라 더 한 서러움을 자식들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느끼지 못하는지 한심하다.

전통적으로 유교 성향이 강한 한국의 예의범절을 시대에 맞지 않게 고집하는 것도 별로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 식으로 모든 것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가까운 한국의 역사가 유교의 역사인데 모든 유교적 사상을 부정한다면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게 예절과 풍습도 변모해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도가 지나치다 보니 이제는 부모님에 대한 공경심마저도 사라지고 돌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아주 막 되먹은 핵가족 중심 사회가 되어 버렸다.

노인들이 나이 먹고 돈은 없고 자식은 돌보지 않으니 국가에서 몇 푼주는 보조비라도 받기 위해 생활보호 대상을 신청하려고 해도 자식들이 있어 조건에 맞지 않아 그것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불편해 병원을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가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노인들이 자식이 없는 독거노인으로 해주면 안 되겠냐고 주민 센터를 찾아 와서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간혹 자식이 있는 노인들 중에 운이 좋은 노인은 독거노인을 위한 요양원이나 병원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담당직원이 규정대로 처리하면 생길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 측은해 보이고 본인 부모님 생각도 나서 인정상 허가를 해주지 않았나 싶다.

눈치 보며 자식하고 살기 보다는 마음 편하게 말동무가 많은 요양시설에서 걱정 없이 지내다 생을 마치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일들도 드물게 생긴다고 한다.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어디 뿌리 없는 나무가 있고 근본 없는 짐승이 있으랴.

부모 자식 간에 철천지원수 질 일이 없었다면 나이 들어 노쇠한 부모님을 가끔이라도 본인의 자식을 동반해서 찾아뵙고 큰 절도 올리고 그동안의 근황도 물어보고 건강 상태는 어떠한지 관심을 갖는 다면 부모 된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자식의 말에도 고마워 흐뭇해하실 것이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내 자식도 소소하겠지만 부모의 행동이 가슴에 와 닫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후에 내가 결혼을 해서 자식이 생기면 부모님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하던 방식으로 나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저런 말을 해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마음속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