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공약의 최신판은 새누리당의 '이동통신요금 20% 인하' 방안이다. 방대한 투자비에 비해 미미한 가입자 규모로 아직 마수걸이도 하지 못하고 있는 4세대 이통 서비스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강제 도입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통신업계는 "도대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정당이 민간기업 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검토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냉소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에 대해 통신업계는 물론 당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극렬히 반대해 10·26 서울시장 보선을 불러온 점심 무상급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초·중·고교생에게 아침을 주겠다는 공약을 검토 중이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여만명의 고용을 전면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당은 기존 인건비로 해결할 수 있어 추가 예산 투입이 필요없다고 강변하지만 정부에서는 2007년 시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1인당 500만원이 들었다는 점을 들어 1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예상한다.

   민주당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에게 '반값등록금' 혜택을 나눈다는 창업자금이나 취업준비금 지원 등을 내놨다. 구체적인 재원조달안을 내놓지않은 민주당은 환자부담을 연간 100만원 이하로 낮추는 무상의료, 고용률 70%로 제고 등 주요 정책 시행 시점을 아예 차기 정권이 시작되는 2013년으로 잡았다.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양육수당 지급 등 쏟아지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복지 공약에 맞서기 위해 복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공약 가운데 일부만 현실화돼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보건 분야 재정 규모가 당장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의 총선 승산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이 선거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즉각 합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이 일방적으로 폐기한 전례가 없다며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 하락 등 국익 침해를 우려했지만, 민주당은 야권 연대를 의식해 총선 승리 후 FTA 폐기 여론전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미 FTA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한·미 FTA 폐기론이 야당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역으로 중도·보수층이 여당쪽으로 기울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 타결한 한·미 FTA를 폐기한다는 건 자기부정의 극치"(이주영 정책위의장)라고 비난하면서도 FTA 문제가 선거 쟁점화하는 데 대해서는 마뜩해하지 않는 분위기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때처럼 자칫 젊은 세대의 반미 감정을 부추겨 여당에 대한 심판 부메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한편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에는 최근 재벌 때리기가 추가됐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재벌 개혁을 다짐하는 민주통합당은 물론 새누리당도 강도 높은 대기업 규제 강화 공약을 만들고 있다. 사회양극화 해소와 경제력 집중현상 완화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국민의 반(反)재벌 정서에 기대려는 심보도 엿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확대, 기업개혁, 증세 등과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논의되고 있는 신규 대기업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과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준과세를 세계 표준보다 과하게 하면 어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러 오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