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대위가 출범한지 한달이 지났다.

모든 일에는 전략이 있어야 하고, 하위 전술도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파산직전의 당을 건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비대위의 사명이기도 하다.

 과연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을 배격해야 하느냐는 것은, 그 역사적 사실을 교훈으로 삼는것이 현실적으로 좀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 삼국지(정사)에 나오는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을 그 실례로 들고자 한다.

한나라 말기에 군웅이 활거하는 난세가 펼쳐지게 되는데, 초기 지배적 세력가인 원소와 이에 황제를 끌어안고 세력확장을 꾀하던 조조는 드디어 관도에서 충돌하게 된다.

 서기 200년 황하하류를 따라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던 원소와 조조.

원소의 20% 정도의 세력에 불과하던 조조가 결국 승리하는 대이변이 발생하는데, 과연 원소의 패착은 무엇일까?

 사실, 원소의 패배는 출병을 극구 만류하던 전봉 저수 등 충신들에겐 예언된 전쟁이었다.

그만큼 치명적 자체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외관적 세력만 믿다가 망한 전쟁인 것이다.

 원소의 패배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오늘날 정치인들이 얻을 뼈저린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원소의 개인적 문제를 그 원인으로 삼고 싶다.

원소는 사세삼공 가문의 인재로서 관동군의 우두머리로 받들어질 만큼 그 능력은 분명히 있었다.하지만, 속이 좁아 시기심과 질투 그리고 충언에 귀기울이지 않아 결정적인 패착을 거듭해 조조에게 패하고 만다. 판단의 즉시성이 부족하고 느렸다. 전면전 보단, 유격전과 지구전을 주장하며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봉, 저수 등의 충신을 배격했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수장엔 박근혜 위원장이 있다. 전쟁 중의 사령관은 빠른 판단과 합리적 충고를 중시해야 한다. 결국 사령관(위원장)의 의지와 융통성이 관건이다.

 둘째, 원소는 정치적 명분이 약했다.

그 당시 조조는 허도에 머물면서 한나라 황제를 보필하고 있어 그 정통성에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원소는 유격전 대신 도리어 황제가 있는 허도를 치는 무례함을 보인 격이 되어 전쟁의 명분 확보에 실패해 강한 결속력을 이루는데 실패했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명분은 뭔가? 무엇을 위해 한나라당이 다시 서야 하는가?

얼마 전 비대위에선 "보수" 삭제를 들고나온 적이 있었다. 이건 스스로의 정통성과 명분을 없앰으로써 자긍심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꼴이 되었다.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적임자로서의 한나라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국가발전과 통일의 대업"의 밑바탕엔 보수의 가치가 생명줄임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원소는 전략과 전술에서 연이은 실책을 거듭했다.

원소는 조조의 백마급습의 성동격서 전술에 휘돌려졌고, 보급로를 연장시킬려는 조조의 계책에 속았고, 식량창고인 오소를 지키지 않고 관도로 진격한 것 등으로 실질적 패배를 자초했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보수삭제"나 "대통령 탈당" 등의 설익은 발언은 민통당의 전술에 휘말리는 것임을 간파해야 한다. 대통령 탈당은 한나라당의 죽음을 선언하는 것이라, 결국 손실로 작용할 것이기에 그렇다.

 넷째, 원소는 인재등용에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원소의 전봉, 허유, 심배, 봉기, 저수 등의 신하는, 결코 조조 측의 인재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원소는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기분에 따른 인재등용으로 인재의 파벌이 형성되었고 결국 충신이 배제되고 간신이 인정받는 패착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비대위엔 적재적소의 인재배치는 물론 공천에 있어서도 인재의 장단점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사람만 영입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장군,부장,병사와 같은 분담적 체계로 적재적소의 공천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섯쨰, 원소는 조직화합에 실패했다.

원소에겐 병사는 많았으나 지휘체계가 통일되지 못했고, 장수는 교만했으며 정령도 일관되지 못했다. 토지가 넓어 식량도 많았으나 법도는 잡혀 있지 못했다. 당연한 의견대립 이후에도 다시 단결하는 조직이 되지 못했다. 전쟁시작 전 이미 원소의 진영에선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로 서로 험담을 하며 반목했던 것이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역할은 당 쇄신 완성에 있다. 하지만, 확실한 기준을 통해 추진함으로써 조직의 화합을 결국 이루어야 할 것이다. 개혁하는 것과, 조직을 흩뜨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불란을 불러야 개혁이 되는게 아니다. 합리적 기준에 따른 잡음과 구별하라.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들이 알면서도 자신의 일이 아닌 양 여기면서 결국 닥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활동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런 역사적 교훈을 제대로 새기는 안목도 같이 빨라져야 할 것이다.

 구태나 새로움만으로는 뜻을 이룰 수 없다.

합리적 구 시대와 신선한 새 시대의 완벽하고 조화로운 단결이야말로 개혁의 화룡점정이라 할 것이다.